집주인한테서 연락이 왔다. "이번에 계약 연장 안 해요." 세입자 입장에서 갑자기 나가야 하나 싶어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그런데 이 순간에 쓸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이다. 정확히 어떤 권리이고 어떻게 행사하고, 집주인이 거절할 수 있는 경우는 언제인지 알아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이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차인(세입자)이 1회에 한해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2020년 7월 임대차 3법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기존 2년 계약이 만료될 때 세입자가 원하면 추가로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즉 처음 2년 계약 후 갱신 1회를 쓰면 최대 4년을 같은 집에서 거주할 수 있는 구조다.
아파트,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모두 적용된다. 전세와 월세 모두 해당된다.
행사 시기 — 이 기간을 놓치면 안 된다
계약갱신청구권은 계약 만료일 기준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행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계약 만료가 10월 31일이라면 4월 30일~8월 31일 사이에 갱신 의사를 집주인에게 통보해야 한다.
이 기간을 지나치거나 아무 의사 표시 없이 만료일이 지나면 묵시적 갱신이 될 수 있다. 묵시적 갱신은 법적 성격이 달라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통보는 구두보다 문자, 카카오톡, 내용증명 등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하는 게 안전하다. 분쟁 발생 시 의사 표시 시점이 중요한 증거가 된다.
갱신 시 임대료 상한 — 5% 초과 불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서 갱신하는 경우 임대인은 기존 임대료의 5% 이내로만 올릴 수 있다. 보증금과 월세 모두 해당된다.
예를 들어 전세 3억 원 계약이었다면 갱신 시 최대 1,500만 원까지만 인상이 가능하다. 이 5% 상한을 초과하는 인상 요구는 무효다. 세입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기존 임대료 그대로 유지된다.
단, 세입자가 자발적으로 5% 이상 올려주기로 합의했다면 분쟁 시 복잡해질 수 있다. 합의 내용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게 좋다.
집주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
세입자가 갱신을 요청하더라도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거절할 수 있다. 법이 인정하는 거절 사유는 다음과 같다.
실거주 목적: 임대인 본인 또는 직계 존·비속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가장 많이 활용되는 거절 사유다.
재건축·철거: 허가를 받아 건물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는 경우.
세입자의 의무 위반: 임차인이 3회 이상 월세를 연체하거나 집을 무단으로 양도·전대한 경우, 주택을 심하게 훼손한 경우 등.
합의 해지: 임차인이 보상을 받고 이사에 동의한 경우.
실거주 거절 후 집주인이 실제로 들어오지 않으면
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임대인이 "실거주 목적"으로 갱신을 거절하고 세입자가 이사를 나갔는데, 집주인이 실제로 입주하지 않고 다른 세입자를 들이거나 집을 팔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생긴다.
이 경우 전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배상 범위는 거주하지 못한 기간의 손해(이사 비용, 새로 구한 집의 임대료 차액 등)가 포함된다. 법원 판례를 통해 실제 배상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
거절 통보를 받고 이사할 때는 이사 날짜, 이사 비용 영수증, 이후 집의 임차 내역 등을 모두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갱신 후 중도 해지
계약갱신청구권을 써서 갱신한 계약은 세입자가 중도에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 해지 의사 표시 후 3개월이 경과하면 효력이 발생한다. 즉 갱신된 2년 계약을 다 채우지 않아도 3개월 전 통보로 나올 수 있다.
이 규정은 세입자 보호 측면에서 마련된 것이다. 직장 이동, 가족 상황 변화 등으로 갑자기 이사가 필요해진 경우에 활용할 수 있다.
4년 이후 — 추가 갱신은 어떻게 되나
계약갱신청구권은 1회만 사용 가능하다. 첫 2년 계약 후 갱신 1회를 사용했다면 그 이후 계약 만료 시에는 임대인이 갱신 거절을 할 수 있다. 이 시점부터는 임대인과 재협상해야 하며 법적으로 보호되는 갱신 청구권은 소진된 상태다.
다만 4년이 지난 후 임대인이 계속 계약을 유지한다면 묵시적 갱신으로 2년이 추가될 수 있다. 이 경우 묵시적 갱신된 계약은 세입자가 언제든 3개월 전 통보로 해지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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